“웬 소나기가 이렇게 쏟아지지?” 장에 갔다 오다 소나기를 만난 김 서방이 시커먼 하늘을 쳐다보며 중얼거렸습니다. 하지만 소나기는 역시 소나기였습니다. 조금 전만 해도 억수같이 퍼붓던 빗줄기는 어느 새 멈추고 구름 사이로 해님이 삐죽이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그렇지만 갑자기 내린 비로 시냇물은 붉은 흙탕물이 되었고. 가득 불어나기까지 했습니다. ‘허허 어찌한담. 물이 불어서 징검다리가 보이지 않으니…….’ 마을 앞 냇가에 다다른 김서방은 냇물을 어떻게 건널까 하고 잠시 망설였습니다. ‘하는 수 없지. 바지를 걷고 건너는 수밖에.’ 김서방이 신발을 벗어 들고, 물에 막 들어가려고 하자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낫습니다. 김서방은 발을 멈추고 뒤를 돌아다보았습니다. “여보시오, 미안하지만 함께 건넙시다. 보다시피 나는 이렇게 깨끗한 모시 바지저고리를 입어 곤란해서 그런 다오.” 깨끗하게 옷을 차려입은 젊은 양반이 애원하듯 말을 했습니다. “사정이 그러시다면 그렇게 합시다. 어서 와서 내 등에 업히시오.” 김서방은 젊은 양반을 업고 조심스럽게 물을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실례지만 어디 사시는 뉘시오?” 등에 업힌 양반은 심심했던지 김서방한테 말을 걸어왔습니다. “예, 저는 저 아래 가마 골에서 그릇을 만들며 사는 김서방의 대답이 끝나자 젊은 선비는 갑자기 거드름을 피우며 “가마골이라? 그 곳은 상놈들이 모여 사는 곳이잖아. 그럼 말을 놓겠네.” 하고 반말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김서방도 “그럼 나도 놓겠네.” 하고는 업고 있던 젊은 양반을 그 자리에 놓아 버렸습니다. “아이쿠! 내 바지저고리…….” 물에 풍덩 빠진 양반은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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