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는 학교에서 돌아와 식사를 하고는 어머니와 함께 새 옷을 사기 위해 시장에 가기로 하였습니다. 시장까지 가려면 건널목을 두 개나 건너야 했습니다. 그 길은 늘 사람과 차로 붐벼서 복잡했습니다. 사람도 차도 서로 양보를 하려고 들지 않았습니다. “얘, 뭐하고 있니? 저 사람들 따라 건너지 않고 너처럼 그냥 서 있다가는 하루종일 걸려도 길을 못 건너. 너 차들이 얼마나 얌체인 줄 아니? 횡단보도에 파란 불이 켜 있어도 그냥 꼬리를 물고 지나간단다.”
어머니는 정아의 팔목을 잡아끌며 말했습니다. “안돼요. 지금은 빨간불이예요!” “그러다간 저녁때가 돼도 못 건너.” 어머니가 다시 팔을 잡아끌었습니다. “빨간 불인데 길을 건너다니…….”
 정아는 자꾸만 건널목을 뒤돌아보며 걸어갔습니다. 꼭 큰 돌멩이가 가슴을 꽉 누르는 것 같은게 께름직했습니다. 그런 마음은 다른 건널목에 닿을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얘가 뭐 하고 있어! 너같이 느려 터져서는 이 세상을 살수가 없어! 약삭빨라야 살수가 있다구!” 어머니가 다시 소리를 지르며 짜증을 부렸습니다. “엄마! 빨간 불이잖아요!” 정아는 얼굴이 빨개진 채 울음 섞인 소리로 대꾸했습니다. 길을 건너던 사람들이 정아 얼굴을 한 번씩 쳐다보고 지나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