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중추부사 조경이 어느 대신의 집에 놀러 갔다. 그 집주인은 늦게 얻은 어린 손자를 몹시 귀여워하는 나머지 아주 버릇없이 키우고 있었다. 아이는 아무한테나 기어오르기도 하고, 곁에 있는 노인에게 상스러운 욕을 함부로 내뱉기도 했다. 그런데도 주인은 껄껄거리며 아주 즐거워했다.
“어린것이 늙은이를 무서워하지 않고 능히 욕을 하는 것은 기상이 범상하지 않은 증거인지라, 장차 우리 집안을 반드시 크게 일으킬 제목이 될 것이오.”
이 말을 들은 조경이 냉랭하게 말했다. “어린아이의 심기는 아직 바르지 못하므로 비록 종아리를 때리며 어른을 공경하게 가르쳐도 받아들이지 않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하물며 지금 남을 모욕하는 행동을 가르쳐서 이것이 곧 버릇이 되어 성품으로 굳어져 버린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집안에 공경할 사람이 없다고 믿어 세상을 우습게 생각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다가 악을 범하는 지경에까지 이르지 않는다고 어찌 장담하겠소.” 이 말을 들은 주인은 아무 말도 못했다.
|